P&G Korea(한국 피앤지) 서류부터 면접까지

이 글은 현재 진행형이며 저를 돌아보는 자전적인 글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P&G에 지원하며 P&G(두 창업자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는 Proctor and Gamble)라는 기업명보다 이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각 브랜드의 인지도가 훨씬 높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도 P&G는 몰라도 질레트, 페브리즈, 다우니 그리고 최근에 인수한 브라운 면도기 등의 브랜드는 매우 익숙하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2012년 기준 126,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다국적 기업이며 여러 매체에서 일하기 좋은 기업이나 존경받는 기업의 리스트에 올랐다고 한다. 기업의 역사는 홈페이지와 뉴스에 많이 나와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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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수많은 브랜드가 있다.

지난 2년 간 해외 인턴이나 외국계 기업 근무 경험을 통해 나는 한국형 대기업에서 적응하고 생존할만한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다.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공을 들여 준비하는 적성검사(Aptitude test)도 자신이 없었다. (실제로 삼성의 GSAT에 떨어졌다. 아마 상식 파트 역사부문에서 과락했을 것이다.) 조금 더 건방지게 얘기하자면 나와 맞지 않았다. 치열한 면접을 통과한 취준생들은 대기업의 잘 짜여진 시스템 안에서 기능한다. 때문에 이미 견고하게 조직된 시스템을 가능하면 빠르고 부지런하게, 충실히 활용할 수 있는 자리는 아마 중고등학생시절부터 스스로를 부지런히 갈고 닦아온 인재들의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나는 그럴만한 그릇이 되지 못한다. 다만 여러가지 경험을 통해 나는 잘 짜여진 조직보다 주어진 프로젝트를 다양한(나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며 이를 지지해주는 문화를 원한다. 또한 업계를 리드하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가지고 있으며 공정한 성과주의와 상식적인 근무환경을 지닌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다. 이쯤되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말고 어디가 있겠냐만, 그 중 하나가 P&G였다.

P&G의 모든 직원들은  인턴부터 시작한다. 경력직 채용이 아닌 내부 승진제도를 활용하며 이론적으로는 임원까지 승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P&G의 직원들은 각 직무의 전문가와 관리자로서 성장할 것을 권장하고 그에 걸맞는 시스템과 보상을 제공한다. 특히 ‘early responsibility’라는 조기 책임제를 통해 신입사원부터 오너십을 가지고 큰 책임과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 ‘평생 직장은 없다’라고 생각하기에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전문성’은 내게 가장 큰 키워드였다.

P&G의 채용 절차는 상당히 길다. 정리하자면 서류-온라인 적성검사-현장 적성검사-1차 면접-2차면접-3차 면접(해마다 달라진다)이지만 서류 발표일부터 최종 면접까지 약 2달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본다. 직무별로 채용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채용 사이트나 공식 홈페이지를 주기적으로 체크해야한다. (혹은 RSS로 구독할 수 있다.) 내가 지원했을 당시 Sales, Marketing, HR이 함께 공고되었다. Summer Internship이지만 Resume, Cover Letter를 작성하여 제출하여야 한다. 서류 작성 과정에서 P&G를 알게 된 접점에 대한 간단한 설문도 있다.

제출 후 자신이 기재한 이메일로 온라인 적성검사 메일이 날아온다. 따라서 제출일을 하루 앞두고 급하게 서류를 작성하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직무를 설정하고 미리 준비해둘 것을 권한다. 온라인 적성검사는 P&G 홈페이지에 올라온 가이드 라인을 공부해보면 큰 도움이 된다. 문제은행식으로 출제되는 것 같기도 한데, 대기업 적성검사보다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기업 적성검사를 준비해본 사람이라면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다.

온라인 적성검사와 서류가 통과하면 역삼역에 위치한 P&G 본사에서 현장 적성검사를 치른다. 온라인 적성검사와 문제 유형을 비슷하지만 좀 더 난이도가 상승한 문제들이 있다. 일반 계산기를 지참할 수 있으며 한국어와 영어 중에 고를 수 있다. (인사담당자에 따르면 언어에 따른 가산점은 없으며, 공학용 계산기는 지참할 수 없다.) 적성검사가 끝나고 인사담당자분께서 채용 프로세스나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Q&A를 진행하셨다. 일하는 직원분들에게서 자신감과 긍정적인 인상이 느껴졌다.

온라인 적성검사를 통과하면 1차 면접 연락을 받게 된다. 나는 문자와 메일로 알림을 받았고, 면접일이 가까워오면 메일로 정확한 면접 시간을 통보받는다. 면접은 30분 단위로 진행된다. 면접 당일 P&G로 가면 나뿐 아니라 다른 직무의 면접자들이 함께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나는 앞선 면접자의 면접이 딜레이되어 30분정도 늦게 면접에 임했다. 기다리는 동안 면접 담당자께서 시원한 물과 얼음이 담긴 종이컵을 주셔서 감사했다. (목이 바싹바싹 타들어갔는데 물을 사오지 않을 것을 후회하던 참이었다.) 마케팅이나 HR 부서 면접을 기다리는 분들과 물을 나눠마셨다. 미처 몰랐지만 취업 카페를 통해 1차 면접자 단톡방이 있었다고 한다. 1차 면접은 면접관님과 1:1이었고 한국어로 진행되었다. 면접 경험은 긍정적이었다. 현장 적성검사 때 인사담당자가 P&G Success Driver라는 인재상에 맞는 지원자를 찾으므로 이를 꼼꼼하게 읽고 준비하길 권장했었는데, 실제로 면접은 개인의 성격이나 스펙을 평가한다기보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Success Driver가 추구하는 리더십, 팀플레이어, 변화에 대한 유연성을 측정하는 것 같았다. 아래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 (시간 순서는 아니다.)

  1. P&G에 입사하면 Tons of responsibilty가 주어질텐데, 야근이나 주말 출근까지 감내할 수 있습니까?
  2. 함께 처리해야하는 업무가 많을 때 어떻게 합니까?
    –  Priority 선정, 업무의 중요도에 따라
  3. 만약 각각 다른 팀장이 시킨 업무가 모두 urgent issue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그런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다만 각각의 팀장에게 솔직하게 협의하여 다른 팀간에 업무 충돌보다 시너지를 일으킬 수있도록 할 것이며, 이후 본인이 생각하는 priority에 따라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것이다.
  4. 업무가 많을 때 내가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거나 팀원들의 리소스가 부족할 때 어떻게 합니까?
    – 주어진 업무 중 핵심적인 것을 정확히 처리하고, 그 뒤에 빠르게 보완해 나간다.
  5. 본인의 경험이 해당 직무와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되는데, 왜 해당 직무에 지원했습니까?
    – Why P&G인지 묻는 질문이라 생각한다. 그저 공고가 떴으니 지원했다기보다 왜 P&G여야하는지 고민해봐야한다.
  6. (A 인턴 경험에 대해) ABC라는 업무를 맡았다고 했는데, 어떤 것이었는지 말해줄 수 있겠습니까?
    – 업무상황 > 결과 > 성장 > 그리고 P&G에 활용할 수 있는 부분 형식으로 답변하였다.
  7. P&G에 입사하면 하고 싶은 업무가 무엇입니까?
    – 기존에 했던 경험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업무(지원 직무 내)를 답변하였다.
  8. 본인만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 “A입니다.”라는 단답보다 왜 이것이 타당한지 설명했다. 나의 경우 생소한 분야에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어필하였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세일즈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9. 삶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입니까?
    – 타기업에서도 많이 나오는 질문이기도 하다. 사실 면접용으로 준비해둔 답도 있었지만 면접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솔직한 답변을 하였다. 다만 어떻게 극복하였는지 설명하였다.
  10. ABC라는 업무를 했다는데 본인이 실제로 맡은 일은 무엇인지 설명해주세요.
    – 이력서에 기초하여 문답이 이어지기 때문에 절대 부풀리거나 거짓말을 해선 안된다. 솔직하게 내가 맡은 업무를 설명하되 상황-결과-성장 (그것이 실패였다고 하더라도)의 방식으로 간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1. 해외 인턴으로 근무하며 혼자 한국 사람이었을텐데 특별히 겪었던 Conflict는 없습니까?
    – 9번 질문이 먼저 나왔었는데, 겹치는 카테고리여서 조금 당황했다.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답변을 하고 나니 면접관이나 나나 ‘생각해보니 큰 갈등은 아니었네요.’라고 했다.
  12. 팀원들과 겪었던 갈등에 대해서 말해보시겠습니까?
    – 역시 극복 방법이 함께해야한다.
  13. 본인의 리드하에 실행했던 프로젝트가 있습니까? 어떤 결과를 냈습니까?
    – 무조건 대학생 때 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최근에 진행했던 네트워크 구축 프로젝트를 이야기 했다.
  14. 프로젝트 진행도중 팀원이 지시(혹은 목표)를 따르지 않을 때, 혹은 나를 싫어할 때 어떻게 해결합니까?
    – KPI 명확하게, 그가 잘할 수 있는 업무를 부여하고 inspiration. 결국 목표를 공유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
  15. (다시 한번) 지원직무와 조금 동떨어진 듯 한데.
    – 질문은 아니었지만, Resume에 기재하지 않는 direct sales 아르바이트 경험을 이야기했다.
  16. 마지막 질문
    – 미리 준비해두어라. 복리후생보다 직무와 회사 자체, 혹은 면접관이 답변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1차 면접 종료 5일 후 2차 면접 연락을 받았다. 2차 면접은 영어면접이다. 면접은 약 40분 정도 예정되어 있었으며 영어 면접이었다. 면접관 두 분과 진행되었는데, 기존에 인터넷에서 들었던 후기와는 달리 1차 면접처럼 아주 긍정적인 경험이었다. 면접관은 1차와 비슷한(P&G Success Driver) 질문을 하겠다고 하시며 영어로 질문을 이어갔다. 결국 1차, 2차 면접의 방식엔 큰 차이가 없지만 한국어, 영어로 P&G와의 fit을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 Would you Introduce yourself? How did you grow, what do you like, how was your educational background.
  2. Have you ever led any project during your life? (Doesn’t matter what time it was. School, University or private experience.)
  3. What was the challenge for the project and how did you deal with it? What was the result? What did you learn? (모든 문답에는 이 flow로 대답하길 권장했다.)
  4. What was the biggest challenge in your life? How did you manage to it?
  5. Have you suggested new idea driven by yourself? What was it? How did you come up with that idea?
  6. What if your teammate doesn’t like you or is hard to collaborate. How do you handle the situation?
  7. Any Question?

 

P&G의 긴 채용프로세스는 구직자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긴 구직 과정 속에서 과연 내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크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접 경험과 기업을 알아갈 수록 직원의 가치를 (정말)우선으로 여기는 기업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며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해보고 싶게 됐다. 앞에서 서술했듯 직접에 있어 나의 가치는 공정한 성과로 평가하며 불합리한 근무환경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하는 다대다 면접이 아닌 최소한 1명 이상의 면접관과 지원자 한 명이 만나 충분히 시간을 투자하는  과정에서도 내가 존중받는 느낌을 가지게 해주며 이들이 원하는 사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당락이 결정되지 않더라도 이들은 젊은 취준생들에게 P&G의 다양한 브랜드를 자발적으로 인식시키는데 성공했고, 아마 나 또한 앞으로 P&G의 애정어린 소비자가 되어줄 것이다.

11 thoughts on “P&G Korea(한국 피앤지) 서류부터 면접까지

  1. 혹시 세일즈 인턴 합격하셨나요?

    검색 중에 찾아서 댓글 남깁니다.

    저는 아직 연락이 없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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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녕하세요. 이번에 sales position에 지원을 준비하고 있는 과정에서 질문이 있어 글을 남깁니다~ 1차 서류 + 온라인 테스트가 선착순이라 빨리 제출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인가요? 그리고 온라인 테스트의 경우 수리, 추리 문제 말고 주관식으로 글을 써야하는 항목도 있는지요? 시간 있으시다면 답변 부탁드리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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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안녕하세요!! 상세한 후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이번에 준비 중이라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메일 남기겠습니다.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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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안녕하십니까. 이번 인턴 준비중인데 구글링하다가 경험 남겨주신 것 감사히 읽고 댓글 남깁니다. 혹시 궁금한점 질문 메일 드려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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